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 는 인간의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이 놀이에 있다고 역설한 저서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로 유명하다. 놀이가 문화의 한 요소인 것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평론가인 로제 카유아 (Roger Caillois) 는 그의 저서 ‘놀이와 인간 (Les jeux et les hommes)‘ 를 통해 호모 루덴스의 이론을 발전시켜, 소위 말하는 놀이의 4대 요소를 정의했다. Agon: 경쟁 (Competition) Alea: 기회 (Chance), 운 (Luck) Mimicry: 모방 (Mimesis), 역할 (Role Playing) Ilinx: 소용돌이 (Whirlpool), 현기증 (Vertigo) Agon Agon 은 일정한 규칙 안에서 모두가 투쟁,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참가자들에겐 공정한 규칙이 주어지며, 명확한 승패가 결정된다. 사람들은 경쟁 자체를 통해, 그리고 승리를 통해 성취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축구나 야구, 레이싱 같은 예를 들 수도 있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음원 서비스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Apple Music, 그리고 다른 하나는 Bandcamp 다. 전자는 국내 서비스 대비 안정적인 퀄리티의 다양한 음악들을 무난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쓰고 있고 (하지만 iTunes 는 싫다), 후자는 흥미롭고 재밌는 언더그라운드 / 인디 음악들을 무손실 음원 형태로 저렴하게 (심지어 무료로도 가능)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애용하고 있다. Bandcamp 를 통해 접한 여러 대단한 뮤지션 중 Plini 라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가 있다. 그의 음악은 보컬 라인이 아예 없는 프로그레시브 장르의 연주곡들인데, 기본적으로는 솔로 프로젝트이지만 기타 이외의 악기들은 앨범마다 (혹은 개별 곡마다) 다른 연주자들이 참여해 주는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 테마의 방향성을 잘 드러내는 곡을 꼽자면 ‘Paper Moon‘ 을 추천할 만하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느낌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튀어나오지만[…]

리눅스에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당연히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가장 흔하게는 Rhythmbox 부터, Audacious, Amarok, VLC 등등… 하지만 Top 10 정도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항상 언급되는 음악 재생 프로그램이 하나 있으니, 바로 cmus 다. 스크린샷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cmus 는 커맨드 라인 기반의 프로그램이다. 마우스를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음악 재생과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만 있으며, ID3 태그 수정 같은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vim 을 다루는 감각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쓸데없이 원본 음악 파일에 손을 댄다거나 하지 않으며, 메모리를 15~20MB 도 채 먹지 않는 극도로 가벼운 프로그램이라는 장점이 있다.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 마우스를 잡는 그 동작 하나를 귀찮아하면서 이것이 실용적이라고 쉴드를 치는 게으름뱅이들을 비롯해, 6~7년 전 Atom 수준의 CPU 를[…]

Ubuntu 에 Unity 라는 새로운 DE (Desktop Environment) 가 처음 도입된 건 10.10 넷북 에디션 때였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가 이걸 처음 접한 건 12.04 LTS 부터였다. 당시의 Unity 는 꽤나 문제가 많은 DE 였다. 일단 엄청나게 무거웠다. 넷북 (나아가 모바일 디바이스) 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양도 높았고, 부트 타임은 KDE 보다 길었으며,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미묘하게 버벅거렸다. Customizability 역시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화면 왼쪽에 자리잡은 Dock 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다수의 사람들은 메인 메뉴가 macOS 처럼 화면 최상단에 바 형태로 위치하는 걸 싫어했지만 이걸 바꿀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버그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메인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상당한 각오를 필요로 했다. 그 외에도 이 쪽 진영 특유의 온갖 트러블들, 이를테면 Proprietary Software 논쟁이나 Amazon[…]

미루고 미뤘던 방구석 서버의 포맷을 지난 달에 한 이래, 한동안 별 이유도 없이 뭉그적거리고만 있었다. 서포트 기간이 옛날에 지난 Ubuntu 12.04 를 밀어버린 직후 곧바로 16.04 를 깔기는 했다. 개인적으로 필요하다 생각되었던 잡다한 것들도 심심할 때마다 조금씩 추가해 갔다. 하지만 WordPress 만큼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설치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왜였을까, 무언가 글을 적는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질없음을 느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엔 내가 쓴 글을 남들이 봐 주는 것이 좋았다. 그 다음엔 내가 쓴 글을 내가 보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손과 혀를 놀릴 필요 없이 머릿속 생각들만 곱씹어도 오롯이 나라는 자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쓰레기가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글쓰기를 꿈꾸었을 정도로 여렸던 나의 이상과는 달리, 말과 글의 본질은 결국 타인과의 마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