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untuUnity 라는 새로운 DE (Desktop Environment) 가 처음 도입된 건 10.10 넷북 에디션 때였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가 이걸 처음 접한 건 12.04 LTS 부터였다.

당시의 Unity 는 꽤나 문제가 많은 DE 였다. 일단 엄청나게 무거웠다. 넷북 (나아가 모바일 디바이스) 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양도 높았고, 부트 타임은 KDE 보다 길었으며,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미묘하게 버벅거렸다. Customizability 역시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화면 왼쪽에 자리잡은 Dock 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다수의 사람들은 메인 메뉴가 macOS 처럼 화면 최상단에 바 형태로 위치하는 걸 싫어했지만 이걸 바꿀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버그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메인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상당한 각오를 필요로 했다. 그 외에도 이 쪽 진영 특유의 온갖 트러블들, 이를테면 Proprietary Software 논쟁이나 Amazon 광고 및 개인정보 유출 문제, Canonical 이 Ubuntu 에서의 코드 수정 결과를 DebianGNOME 쪽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여도도 낮아서 어쩌고저쩌고… 라는 문제들까지 함께 터졌다.

하여튼 수도 없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Unity 는 Ubuntu 의 욕바가지 역할을 톡톡히 했고, 사람들이 Unity 를 피해 다른 배포판으로 대이동을 해 버리는 바람에 오랫동안 지속되던 Ubuntu 의 데스크탑 점유율 1위 자리를 Linux Mint 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Linux Mint 가 Ubuntu 또는 Debian 에서 파생된 것이란 점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 사람들은 Ubuntu 자체는 좋아했지만 Unity 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당시의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일단 당시의 내 노트북이 너무 저사양이었다) 이런저런 DE 들을 건드려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기만 하고 속이 텅 비어 있는 GNOME Shell (나는 지금도 GNOME Shell 을 제일 싫어한다. 그리고 그건 나 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옵션들로 사람을 짓누르는 주제에 뭘 하려고만 하면 버그가 터져나는 KDE, 아무리 건드려 봐도 빈곤함이 사라지지 않는 2000년대 감성의 XfceLXDE 같은 것들에 한참이나 머리를 들이박은 끝에, 그냥 Unity 를 쓰기로 했다. 일종의 자포자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쓰다 보니 꽤 익숙해지긴 하더라.

엄밀히 말하자면 UI / UX 측면에선 Unity 가 딱히 나쁜 건 아니다. Unity 는 macOS 의 HCI 를 근본부터 대 놓고 베끼다시피 한 것이다. macOS, 나아가 모든 Apple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라는 물건에 익숙하지 않은, 이를테면 마우스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의 역할 차이 같은 걸 바로 이해하지 못 할 정도로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계된다. 따라서 행동의 효율이나 자율성보다는 체계성과 통일성, 직관성을 우선시한다. 화면 상에 표시되는 정보의 양은 언제나 최소화되고, 사용자에게 부여되는 권한 역시 제한적이며, 하나의 UI 엘리먼트에 둘 이상의 기능을 넣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식이다. Unity 역시 macOS 가 가지는 이러한 UI/UX 적 장점과 단점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사용성 면에서 macOS 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할 수 있다 (당연히 Unity 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리눅스를 사용하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Mac 의 타겟인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 이 아니다. 이들은 터미널과 단축키, 커맨드라인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자 하는 파워유저들이다. 마우스를 잡기 위해 키보드 위에서 손이 떠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고, 손을 덜 움직이기 위해서 기꺼이 수많은 단축키들과 커맨드라인 기반 프로그램을 배울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NautilusThunar 대신 Midnight Commander 라던가 ranger 같은 걸 선호하고, 최고의 텍스트 에디터가 Vim 이냐 Emacs 냐로 싸우며, 심지어 음악 하나를 들을 때도 Rhythmbox 가 무겁다는 이유로 cmusncmpcpp 를 쓰는,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커스터마이즈의 자유도가 최대한 높길 바라고, 정보를 최대한 많이 표시하면서도 칼같이 빠르게 반응하는 환경을 선호한다. 그 중에서도 극단적인 사람들은 i3bspwm 같이 진입장벽이 만리장성 수준인 것들을 최고로 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Unity 는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리눅스 진영에 존재하면 안 되는 악의 축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작년 4월, 끊임없이 트러블을 일으키던 이 못난 자식의 뒷바라지를 Canonical 은 결국 포기했다. 자신들이 관철해 오던 UX 철학 자체를 포기했다고 해석해도 된다. HCI 나 UX 라는 말 자체가 별로 통용되지 않는 이 세계에서 Unity 의 운명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것이긴 했지만, 기업 IPO 때문이었던 건지 내 짐작보다 그 시기가 좀 많이 이르다. 게다가 Unity 대신 선택된 것이 하필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GNOME Shell 이라니… 그나마 지금까지는 ‘아직 LTS 는 안 나왔어’ 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이제 다음 달이면 차기 LTS 가 나오게 되니 어쩔 수 없이 Unity 를 떠나 다른 DE 로 갈아타야 한다. KDE 일 수도 있고 Xfce 일 수도 있으며, (내가 지금 방구석 서버에서 쓰고 있는) MATE 일 수도 있다. 최소한 Vanilla Ubuntu 는 쓰지 않을 거란 확신은 있다.

아무리 리눅스 진영에서 DE 갈아타기가 일상적인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자고로 삽질이란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절대로 유쾌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렇게 Unity 스크린샷을 몇 개 남겨 둔다. 나중에 이걸 보면서 ‘이 때가 좋았지’ 같은 말을 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내 가상 머신의 Ubuntu 16.04 스크린샷 1

내 가상 머신의 Ubuntu 16.04 스크린샷 2

내 가상 머신의 Ubuntu 16.04 스크린샷 3

내 가상 머신의 Ubuntu 16.04 스크린샷 4